정선읍에서 경사진 언덕길을 따라 한 1Km쯤 북평면 쪽으로 가다 보면 고즈넉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박힌다.유유히 흐르는 조양강을 끼고 비탈에 버티고 선 스레이트지붕과 녹슨 양철지붕이 산촌의 빈약한 삶을 말해준다.눈 아래 엎드린 집과 휘돌아 흐르는 강을 넣어 몇 장의 스케치를 하고 사진을 찍는데 상기된 얼굴을 한 초등학교 남자아이가 큰길에서 마을 길로 접어들어 내려오고 있었다.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보자 호기심과 놀란 눈으로 나를 흘깃거린다. 그 시절만 해도 거동이 수상한 자는 간첩이라고 학교에서 누누이 들어온 터라 그 아이도 사진을 찍고있는 내가수상했던 모양이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 동무! 어데 갔다 오는 기야?" " ...?" " 말 하라우,내레뉘긴디 알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