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
대속
소순희
2004. 11. 26. 02:15
대속(代贖)
날, 사랑 한다는
애끓는 호소를
흐린 별 아래 묻어두고
나, 청맹과니로 살았노라
부득불 엮어진 허물들
양심의 가책도 몰라
잘도 가리운 인두겁으로
귀한 하늘 아래
헛되고 헛된 무슨 큰 뜻 품어
좌정하노니
바랄 그 무엇이 남아 있으랴
한 생의 비밀도 깨우치지 못한
무지의 영혼이여
차마 사랑 한다는 주님의
음성을 들을 지니
갈고리 채찍에 찍혀나던 성체에서
내, 허물 하나씩 풀어지고
찍힌 몸보다 더 아린 조롱 앞에
선연히 남는 보혈로
생명꽃 피우시더니
나무에 달려 내 청맹의 눈 씻기 우신
그 발아래 엎드려
나, 더 이상 바랄 그 무엇이 있으랴.
2002.소순희
(중리의 가을 10호F 소순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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