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꽃 피면
산수유꽃 피면
문밖에 봄은 어지럽다
흙벽 트는 양지로
돌아오는 그리움과
발자국 숨기며
침잠하는 봄밤의 별 아래
차마,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별리로 돌아선 그해 봄
아지랑이 여울에 눈 홀리는
삼월 바람으로 몰아와
노랑 꽃 속에 들어 있을
그대 얼굴
붉은 타원형의 열매와 더불어
작은 짐승들 등 위로
또록또록 영그는 눈빛이 좋아
이 봄 깊도록 편지를 쓴다
봄날은 가도
해후의 날 정해 두지 않아
기다리는 습성을
버리지 못한 까닭에
산수유꽃 그늘 아래 웃으며
만날 날 알아 그대 사랑이여!
87/소순희
그대 사랑이여! 꽃그늘 아래 서 본 일이 있는가.
맨 처음 화사함에 눈을 홀리고 그 다음은 향기에 취하여
바람 속에 그대 볼 수 있는 눈을 뜨네.
적당한 바람과 볕을 내 맘에 뿌려준다면 내게서도
사랑이 피어나겠네.사랑이여!
<유원지의 아침볕/6f/소순희畵/Oil on Canvas>
<산수유꽃/조휴억님사진/2008/봄/구례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