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목숨

소순희 2011. 3. 14. 23:28

 

                                 목숨 

      

상수리나무 수액을 찾아 날아든 풍뎅이를 잡아 무참히도 목을 180도 비틀고

여섯 개 다리는 한 마디씩 날지 못하도록 뚝뚝 잘라냈다
그것을 흙 마당에 뒤집어 놓고 "손님 왔다 마당 쓸어라" 하며 땅을 치면

풍뎅이는 등껍질 속 날개를 펴 빙빙 돌곤 했다
그것이 최악의 고통이라는 걸 몰랐다

자신을 보호해 줄 지독한 냄새도 독침도 지니지 못 한 생명을
놀이삼아 힘으로 제압하고 괴롭힌 잔인함에 아무런 의식 없던 유년시절은
조금도 감지되지 않는 죄성이 심중에 자라고 있는 까닭이었으리라

 

목숨은 살아 흙살 깊은 감나무 그늘 마당, 그해 여름을 용서하던 그 혼의 소리

눈물처럼 수액은 잃어버린 날의 아픔을 가만가만 적셔와 슬픈 소산으로 남는데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경외와 신비는 그들이 죽어가며 마당을 쓸어준 대가였다

감히 단언하건대 함부로 다룰 목숨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걸 늦게야 알았다

 

                                                                         소순희

                                     

                                              < 송아지/6호/1995/Oil on Canvas/소순희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