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욕지도의 봄날
소순희
2016. 2. 3. 23:23
욕지도의 봄날
소순희
작별의 시간은 여기부터다
우울증 앓던 겨울을 덮고 내리던 비
지고지순한 겨울 한쪽을 두고
남녘으로 내려온 아득한 봄날
누리에 내리는 햇볕 속을 걸으며
봄 한 철 나, 여기 살고 싶어
원경에서 시작되는 봄의 추억을 경작한다
파도는 온종일 하얗게 밀려와
욕지섬 싯푸른 바다에 나가
손 씻는 나를 헹구어 속 창자까지
말갛게 씻어낸다
사랑도 홀로 피고 지는 일이라
주홍의 그리운 색채를 알까
작은 민박집 울타리
목 떨군 춘백의 붉은빛이 선연하다
월간 모던포엠 4월호 시향의 숲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