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처서
소순희
2018. 8. 24. 23:24
처서
소순희
처서가 지나자
여름내 열기 자욱했던 하늘도
거짓말 같이 성근 별이
또록또록해졌습니다
늦은 별똥별 하나가
선을 긋는 내 뜨락에도
관측 이래 백몇 년 만에 왔다는
혹서를 밀어내느라
풀벌레 소리 가득합니다
이천십팔 년 여름이 딛고 간
데인 자국마다 목숨처럼 질긴
여름꽃 몇 살아남아
쫓기듯 몰아가는 바람 속에
야윈 얼굴 내미는 오늘
이렇게 예쁘고
감사한지 몰랐습니다
처서가 지나자
하늘엔 새로운 그물이
쳐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