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송곳
소순희
2020. 4. 22. 08:30
<Sarah Brightman/3호/소순희/Oil on Canvas>
송곳
소순희
너그러워질 때가 되었는데
맘 밑바닥에 생것들
삭을 때도 되었는데
아직 송곳 하나 남아 있다
누군가 나를 흔들면
날 선 침으로 그를 찌른다
얼마나 더 나를 죽여야
얼마나 더 나이를 먹어야
몇 날 밤 회개의 눈물을 흘려야
모난 부분 닳아
날카로움이 무뎌질까
잠잠한 마음 한구석에
아직도 날 선
송곳 하나 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