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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소순희
2020. 4. 27. 00:11
<3호/Oil on Canvas/워낭소리중에서>
아버지
소순희
평생 등짐 지고 온
기대고 싶은 세월도 뒤로 밀려나
말수도 적어지고
어깨 내려앉은 빈 골마다
휑한 바람만 분다
삭신 쑤시는 밤잠 내내
돌아눕는 윗목에 기침 소리
가슴 저린다
아버지 등골 빼 공부한 자식
저 홀로 잘 나서 하늘로 머리를 들고
낡아가는 고향 집에 와
늙고 병든 아버지 냄새난다 싫다 하지
당신 살아 온 세월 천 만근 무거워
죄 많아 그리 살았노라고
허공에 한숨으로 날리는 긴 하룻날
백발에 바람만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