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겨울 소인(消印)
소순희
2020. 12. 16. 22:09
겨울 소인(消印)
소순희
고뿔 앓는 아이의
핼쑥한 얼굴에 겨울 볕
여리다
세상에나
지난가을 늦은 발아로
뿌리 내리더니
모진 땅 위에 찍힌 소인처럼
기어이 겨울 맞는구나
칼 바람에도
엉긴 흙 움켜쥐고
살아보자고 안간힘 쓴
손은 뭉개지고
속잎만 살아 겨울 견딘다
나도 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