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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꽃 봄날
소순희
2022. 5. 15. 07:37

<사진/blog.daum,net/solaron>
오동꽃 봄날
소순희
인천행 열차가 들어서는
오류역 높은 담장 너머
까마득 잊었던 보랏빛 연가가
눈 속에 들려오면
해마다 그 꽃자리 가여운 봄
너에게 이르는 옛길은
새로 지은 집이 틀어막고 누워 있다
함께 하늘을 이고 선
버드나무는 바람결 하나 일지 않고
사관은 쓸쓸하다
어디 간들 나무들 없을까만
유독 오류동 이름자에 걸린 너에게
넓은 잎 연서를 쓰고 싶구나
성한 곳 없는 귀와 눈이
사면팔방으로 열릴 때
봄의 흔적을 캔버스에 옮기는
초로의 화가 마음을 헤집어 놓고
한 고개 넘어 또 봄날은 간다
바람 없어도 하나둘 지는
오동꽃 땅 위에 봄날은 간다
2022
미술 강의 갈 때마다 눈여겨보는 오류역 주변의
오동나무에 올해도 보랏빛 오동꽃이 피었다지는 봄날,
문득 고향 집 돌 담가에 피던 오동꽃이 오랜 추억을
불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