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산 23 번지
소순희
2022. 10. 28. 23:09
<관악산이 보이는 풍경1985/소순희작>
산 23번지
소순희
빙벽 같은 아파트 치솟아 하늘은 더 깊어
눈 감고 어지러움 삭이노라면 다시 그 골목 그 언덕에
봄볕 감고 걸어가네 나는,
한때 낮은 담장을 끼고 가면 거기 봄날은 붉은
제라늄을 피워내고 있었지, 오동꽃도 보랏빛 오후를 게워내고
그러나 지금 사라진 풍경 속을 가며
속절없이 무너진 그 집들처럼 나도 봄볕 아래 녹아내리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