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12월 나무들

소순희 2024. 12. 25. 21:27
 
 
     


         12월 나무들 



                              소순희


나무들 이쯤에선
내려놓는 것들로 서먹해진다
뼈 드러내는 일 어디 쉬운 일인가
다 내어주고 바람 속 갈강거리는 
애끓는 아버지의 해소천식 같은 가지 사이
하현의 낮달을 품었다
한 때는 무서운 것 없는 등 푸른
하룻길도 사람들 저물고 새들도 떠났다


나 여기 살아 한 해의 끝쯤
아무도 없는 공원의 나무 아래서면
뼈마디마다 바람 소리 아버지 말씀 같다
한 해를 지켜낸 이 장엄함도
이제 속으로 끌어안아
촘촘히 나이테를 둘러 가는 나무들
다 내어주고 안식의 지평에 드는 겨울,
이 겨울 12월 나무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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