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럽거든 제주에가라
서럽거든 제주에 가라
제주 바람은
모슬포에서 일어나 불어온다
사랑하는 이여
서럽거든 제주에가라
바다 한 쪽을 떼어낸
먼 발치의 늦여름
검은 그대 머리카락에 감기는
맑은 바다를 볼 것이다
한 번 쯤 이별하고
바다에서라
모슬포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한 바다 전부를 안겨주고
청량하게 흐를거니
그 바람속에 몸 묻으면
비로소 깨닫는 구속
사랑하는 이여
서럽거든 제주에 가서
세상의 그리운 이름들
목놓아 호명하고
그대 눈 앞에 뛰어오르는
푸른 바다를 영영히 놓을 일이다.
2002. 소순희.
<창포시동인제2집수록>
마음을 비우세요. 한라산은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삶이 버거울 때 훌훌 털어버리고 잠시 떠나라.
외로움이나 그리움이 깊어 병이 되면 모든 것 접고 잠시 이별하라.
다시 빈 마음으로 채워드릴 그 무엇이 있지 않은가...
제주 하귀에서 소순희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