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포구에서
소순희
2004. 4. 22. 01:05
봄도 제법 철이 들면서 초록 잎새를 길러 냅니다. 문득 문득 바라보는 앞산이 날로 푸르러감에 언뜻 놀라기도 합니다. 너무 오래 잊고 산 계절의 흐름이었던가요? 낮은 울타리가의 초록 잎새 사이에 숨어핀 산당화가 붉고 황토밭 비탈에 소담스런 사과꽃이 두런두런 얘기하는 봄날은 예년의 기온보다 높은 까닭에 쳐져있었습니다.
서해, 당진 성구미포구에 다녀왔습니다. 하늘과 바다가 분간 되지않는 봄날의 깊이가 아득히 걸러지고 자옥히 쓸려가는 훈풍속에 수평선은 왼쪽으로 기울고 있었습니다. 고깃배 몇 척이 멀미 앓는 바다는 그야말로 저 혼자 초록물이 들었습니다. 실눈 속에 각인된 포구의 봄이 기억의 저편으로 차곡차곡 쌓여 바다 냄새는 오래토록 내 머릿속을 서성거릴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봄은 튼실한 여름 하나를 키워 냅니다.
04.봄 소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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