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어디 메 쯤
소순희작4호
남해 어디 메 쯤
남해 그 어디 메 쯤
맑은 초록빛 바다가 보이고
보리밭 이랑이
바람에 일렁이는
언덕 위에
작은 집하나 갖고 싶다
진달래
산허리 감싸는 4월이 오면
봄바람 더불어
아지랑이 뜨고
마당귀 벚나무
여인의 속살처럼 피어나
나, 그 꽃그늘에 누워
그리운 이에게 엽서를 쓰리
밤이면
청남 빛 하늘 가르는
별똥별 보면서
바다 보다 넓은 초사흘 봄 밤
산 보다 큰 농부 되어
종내는 그렇게
잠들고 싶다
남해 그 어디메쯤
숨 막히도록 정겨운
양지녘 언덕 위에
집 하나 지어
밭 일구고
초록 바다 바라보며
그렇게, 죽은 듯이 살고 싶다.
96소순희
수년전 휴억(빈지게)과 성훈엄마와 성훈이, 은주, 정욱이랑 남해대교를 건너
남해에 간 일이 있었다.
벚꽃이 눈처럼 날리고 보리밭이 바람에 물결처럼 일렁이고
마늘밭이 끝없이 펼쳐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해안선을 끼고 어느 언덕을 돌아 갈 때 나는 그만 숨 막히는 아득함을 느꼈다.
작은 초등학교를 두고 있는 작은 마을
세상에 이렇게 포근한 마을이 있었다니!
언제나 마음 밑바닥서 그려지는 그곳 마음을 빼앗아 간 그 무엇이
그곳엔 분명히 있다.
다시 그곳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