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봄 20호 소순희작 oil on canvas(국창전 출품작)
의왕역에서 서쪽방향으로 작은 둔덕의 숲을 바라보고 가노라면 마을 초입에 폐허의 정미소가
예전의 전성기를 말해주듯 우직한 뼈대로 우뚝 솟은 채 찬 바람을 맞고 서 있다.
도시근교에 늘어나는 공장이 야금야금 점령한 땅을 무엇으로 되돌려받을 수 있단 말인가
1차산업인 농업이 쇠락해가는 수로는 콘크리트 축대로 무던히도 잘 견뎌내지만 이미 물은
죽었고, 영양실조에 걸린 수양버들은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이른 봄인데 물을 올려 늘어진
가지 끝마다 붉은빛을 감아낸다. 그것이 생명이고 희망이다.
2차산업인 공업 혁명이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이로운 가는 먼 훗날 평가 될지라도 급속히
변하는 풍경에 씁쓸한 마음이다. 빛바랜 초록 지붕의 축사도 겨울 바람이 핥고 간 빈 창살만
앙상하다. 이곳도 머지않아 아파트가 들어선다니 마음은 또 더 멀리 밀려난 기분이다.
/2006 봄/소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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