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야기(캔바스 위의 날들)

그림이야기(9)-금남리의 겨울

소순희 2009. 9. 5. 10:44

바람이 휘몰아간 눈덮인 강의 얼음위로 햇볕이 눈부시다.

남양주 마석 강변을 끼고 둔덕을 오르면 금남리라는 조용한 마을이 있다.

눈쌓인 겨울 풍경의 운치를 감탄하며 이젤을 세우고 작은 캔바스에 마을을 옮겨담는다. 

 

유월이면 그곳은 밤꽃이 하얗게 피어 초록의 단조로움을 깨고 적당한 조화를 이루어낸다. 

돌 담을 두른 낡은 스레트 지붕과 늙은 밤나무가 세월의 무상함을 이야기하며 마을을 지키고

아래론 강물이 유장하게 흐르는 전형적인 촌락이다.

 

1985년 그해겨울 스무살 후반의 피 끓는 열정은 추위를 녹이고도 남았다.

그림에 몰두하던 천둥벌거숭이같던 시절의 추억도 고스란히 그림속에 녹아 이제

그 시절을 회상할 때가 된것이다.

친구 병섭에게 선물로 건네주었던 작은그림, 세월가고 육체는 낡아져도 정신은 그대로남아

그 푸른 청춘의 일우로 돌아가 조용히 강변을 걸어본다. 아득하다.

 

 

                                                         <금남리의 겨울/1985년/4호/정병섭님 소장/Oil on Canv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