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소항에서/소순희>
폭설
연 사흘
밤낮 내린 폭설로
집으로 가는 길 다 지워지고
오래된 지붕들 숨긴
부안 어디메쯤 낮은 산 아래
무법천지는
겨울 낯선 어둠을
그려내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에게로
가지 못한
흰 집들은 설원에 갇혀
무슨 꿈을 꾸는 것일까
쌀밥에 곰삭은 멸치젓갈로
밤내 쌓인 눈처럼
포만에 젖어
한 달포 그리 살았으면
부안 그 남서쪽 거기
바닷바람 이는 겨울
눈 속에 갇혀
그리운 이 더 그립도록
한 달포 그리 살아봤으면...
2008/소순희
눈 쌓인 겨울-곰소 포구에서 사철 고기잡이를 나섰던 배들도 썰물의 겨울 한 철 어느 눈 쌓인 날엔 쉼을 얻는다. 흰 캔바스 위에 노란색깔로 가볍게 밑 칠을 하고 난 다음 적당한 위치의 어선을 배치해서 구도를 잡아 본다. 저녁 무렵의 포구는 한적하다. 저녁은 속히 내린다.
원경으로부터 근경으로 나오며 채색을 하는 건 전체적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이 그림에서 원경은 바다 저 편의 섬과 하늘로 나눌 수 있고 중경은 어선 끝 부분의 갯펄이며 근경은 이그림의 포인트인 배임을
누구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선 보다 면 처리를 위해서 굵은 붓으로 과감하게 채색을 해야만 시원스런 터치를 얻을 수 있다.
위 실물 사진의 뒷편 작은 배는 그리지 않았다. 그림에선 가감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굳이 그 배에 시선을 빼앗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림 상단 전체를 보면 수평으로 칠 해진 바다의 지루함을 분할해 주는 왼쪽 배의 돛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돛에서 내려진 줄이 지워짐으로 그림이 다소 단순 해지고 이야기거리가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썰물 때 물이 빠져나가며 파인 물길이 이 그림의 부드러운 곡선으로 전체의 변화를 주도함이 그림에 활기를 느끼게 함을 알 수있다.
이제 적당한 색채의 마무리와 그리고 몇 줄의 선을 그어 돛대에서 흘러내린 선과 배를 매어 놓은 선을 그리고
눈이 쌓인 포구의 한적한 일우를 약간의 노을 빛이 하늘에 배이게 함으로 저녁 느낌을 채워 줘야한다.
<10호P/소순희작/조운주님소장/Oil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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