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순희작/10호/해바라기/2007/이형호님 소장/Oil on Canvas>
늦가을에는 누구든 마음이 풍요로워 지는 것일까. 비어가는 들에선 쭉정이 태우는 연기 모락모락
오르고, 밭 가운데 널따란 자리를 펴고 들깨 터는 아낙의 손길이 바쁘다.
온 들에 고소한 들깨 냄새 가득하다. 푸르던 잎새 말라가고 잘 익은 열매들 드러나는 늦가을에
검은 씨앗 또록또록 박힌 해바라기 고개 숙인 모습 겸손하다. 그 말라가는 대궁이가 애처롭다.
자식들에게 자양분 다 내어주고 거죽만 남고 허리굽은 어머니 같다. 그 푸른 청춘 몹쓸 놈의 가난에
다 빼앗기고 설운 고개 힘겹게 넘어 뒤 돌아보면 남은 건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는 삭신, 그리고
눈 시퍼렇게 뜨고 저들 살 궁리하는 자식들 검은 해바라기 씨앗 같았으리!
언제부턴가 꼭 마른 해바라기를 그려봐야겠다고 벼르고 벼르다 늙은 해바라기를 소재로 캔버스를
세워 구도를 잡았다. 몇 번 그림을 그리다 지워진 캔바스여서 마티엘이 우둘두둘 해바라기
그리기엔 적합했다. 먼저 대상을 파악한 뒤 머릿속에 재정리하여 어떻게 그릴 것인가의 구도를 짜 본 후
옮겨 그리기를 해야 고생을 덜 하고 즐겁게 그릴 수 있다. 세 송이의 해바라기 무게 중심이 상향 된 건
긴장감을 주기 위한 것이고 대궁이를 왼쪽으로 모은 것은 오른쪽 여백을 남겨 자칫 산만해지기 쉬운
공간을 적절히 분할해서 시원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여백의 밝음과 어둠도 전체적 토운을살려 변화를
주려는 의도로 대각선적 공간으로 나눠 처리해 보았다.
소순희
'그림이야기(캔바스 위의 날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저녁이오는 곰소포구에서/10호 (0) | 2009.02.16 |
---|---|
소순희 그림모음-(7) (0) | 2008.12.16 |
그림이야기(7)-산 아래 삶(동강) (0) | 2008.02.11 |
그림이야기(6)-독일 뮌헨에서 (0) | 2008.01.01 |
미술관에서 (0) | 2007.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