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역에서 소순희 씀바귀 개망초 달맞이꽃 아무렇게나 피고 지는 폐역의 녹슨 선로에 늦여름 햇살 감아 오는 한때 온기 사라진 작별의 날이 몇 해를 넘기고 말았다 지나간 시간 붙드는 쑥대, 함께 가자고 연신 발목을 잡는데 여기 저기 피어난 늦꽃들 기다림처럼 흔들린다 어딘가에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럭저럭 한 세월가고 그리움은 마음 한구석을 차지한 채 놓아주지 않는다 가로 누인 침목이 삭은 뼈처럼 풀 섶에 묻혀 다시 봄을 맞아 풀꽃 피어도 잊힌 날들은 오지 않아 겉 뿌리가 서로를 붙드는 폐역에서 붉어가는 하늘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