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제라늄

소순희 2024. 4. 14. 19:37

       

 

         제라늄

 

                           소순희

 

누이야, 너에게도

꽃바람일던 하루가 있었니? 

몇 해 전 화원에서

건조한 내 마음 밭에 무슨 바람 불어 

쉬이 저무는 봄 같이 흔한

화초를 사 왔다 

그해 가을까지 그냥, 마음이

꽃구름처럼 풀어져

영문 모르게 가을도 지고

잠 못 드는 밤 별도 하나둘 지고

차츰, 목마른 화초가 잊혀질 무렵

바람 탱글탱글한 지독한 겨울 속에서도

너의 입술 같은 붉은 꽃 피워낸 

날들이 대견하다

 

누이야, 세상의 모든 것들에

눈감으면 어지럽고,

마음 뜨면 외로워진다

불면의 밤은

다시 오지 말고 

사계의 마디마다

꽃 피워주기를 봄 편지로 쓴다

 

                           2023

'시와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시고기  (11) 2024.04.30
장호원에서  (24) 2024.04.21
4월의 기약  (5) 2024.04.05
목련꽃 전쟁  (3) 2024.03.31
그녀의 일  (8) 2024.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