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가시고기

소순희 2024. 4. 30. 23:50

   


 
                가시고기 
 

                                          소순희
 

한동안 잊고 지냈던,
잊어버리자고 애썼던 눈먼 발끝 쯤에서
장다리 밭 봄날을 홀연히 등 뒤에 감춘 그 하루
남은 생마저 아득해져서
나풀거리는 나비 떼 속에 앉아
이제야 생각나는 봄볕에 젖는 이름 하나
불러 보았습니다
조랑조랑 슬어 놓은 새끼들 제 갈 길 가고
심중에는 몽유병 같은 뭉근한 염려만 남아
제 몸 삭아가는 걸 알면서 한사코 
제 몸에 삭여 넣는 그리운 자식들의 가시,
찔리고 아파도 머릴 맞댄 허공에 조아리는
허무한 한 생이 빈 껍질로 남았습니다. 
 

                               2024

 

 

                                               <사진출처.다음블로그 물거기와사람들>

<민물고기인 가시고기 수컷은 부성애(父性愛)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수컷 가시고기는 혼자서 열심히 수초를 물어다 좋은 장소를 찾아 집을 짓는다.

그러고는 암컷을 맞아들여 산란을 한다. 산란을 끝낸 암컷은 사라지고

수컷이 남아 알을 지키며 부화를 위해 정성을 쏟는다.

물속에 신선한 산소를 확보하고자 꼬리 지느러미를 쉬지 않고 휘저으며

알 주위를 맴돈다.

그렇게 하여 10여 일쯤 알에서 새끼가 나올 때면

아버지 수컷은 지쳐서 죽고 만다. 알에서 부화하여 나온 새끼들은

죽은 아버지 몸뚱아리 살을 먹으며 성장을 한다.

참으로 기막힌 수컷 가시고기의 일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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