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늄
소순희
누이야, 너에게도
꽃바람일던 하루가 있었니?
몇 해 전 화원에서
건조한 내 마음 밭에 무슨 바람 불어
쉬이 저무는 봄 같이 흔한
화초를 사 왔다
그해 가을까지 그냥, 마음이
꽃구름처럼 풀어져
영문 모르게 가을도 지고
잠 못 드는 밤 별도 하나둘 지고
차츰, 목마른 화초가 잊혀질 무렵
바람 탱글탱글한 지독한 겨울 속에서도
너의 입술 같은 붉은 꽃 피워낸
날들이 대견하다
누이야, 세상의 모든 것들에
눈감으면 어지럽고,
마음 뜨면 외로워진다
불면의 밤은
다시 오지 말고
사계의 마디마다
꽃 피워주기를 봄 편지로 쓴다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