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그녀의 일

소순희 2024. 3. 21. 20:25

         

 

 

         그녀의 일

                                  소순희

 

꽃을 보려면 한 번쯤 

몸살을 앓아야 한다는 궤변을 

나는 봄맞이라고 생각했다

겨우내 적조한 그녀와 나 사이

노심초사 칼바람 속 웅크린

저 무량한 속내를 

봄이 온다고 열 수 있으랴

 

꽃이 핀다고

어찌 쉬이 피어나겠는가

속으로 감춰온 눈물과

소진한 진액의 결정으로

견뎌온 삼동의 끝에서 눈 뜨는 

기적의 반란, 그리하여 꽃은

빛깔과 향기로 개화한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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