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4월의 기약

소순희 2024. 4. 5. 07:12

진달래/2000/유화

  

 

          4월의 기약

                                     소순희

 

그대여, 진달래 피면 돌아오라

풍문으로 듣는 것은 헛된 것이어서

4월의 일들은 모를 일이다

묵묵부답인 저 산 푸르름에도

한사코 그대 이름자 깃드노니

도처에 붉은 메아리로 숨어 

허물 많은 내게 부끄러운 기약도

한갓 되돌아오는 답신이었던가

 

하루해 길어지면서

보고픈 게 더 늘어가 진달래 피는 것도

죄가 된다면 이적지, 피고 지는 꽃들은

그대로 인한 죄 가린 그늘막이었더냐

물 오른 버드나무 꺽어 불어주던

호드기 소리 듣고 싶구나 

그리하여 늦 뱀의 잠 깨우는 4월에는 

그대여, 모든 길 트인 봄 날로 돌아오라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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