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432

슬픈 겨울

슬픈 겨울                         소순희  먼 산 갈비뼈   잔설 속에 드러나는  아침나절   등 긁는 죽 손으로  내 겨드랑이를 긁는다  갑자기 가려움증 돋는   이놈의 겨울,  무안 공항 항공기 사고로  슬픔에 가슴 먹먹해  찬물 한 컵 들이켠다  산다는 거  순간인데   말 없는 산도  늑골 드러내며 흐느낀다               2024 겨울

시와 사랑 2025.01.06

국 개의원

국 개의원                           소순희몇몇 국 개의원 나리들서로 잘났다고 목소리 높이는밥그릇 싸움에 국민들은 궁민이 되어천 바람 세월을 걸어가는구나그 잘난 낯바닥 보자고티브이 튼 거 아닌데방송마다 클로즈업되어 신경을 건드리네 처음 마음으로 언행일치 이룬다면국회의원님이라고국민이 사랑하고 믿어 줄 텐데하늘은 나리들 머리 위에 있소이다.                                                    2024

시와 사랑 2024.12.29

12월 나무들

12월 나무들                               소순희나무들 이쯤에선내려놓는 것들로 서먹해진다뼈 드러내는 일 어디 쉬운 일인가다 내어주고 바람 속 갈강거리는 애끓는 아버지의 해소천식 같은 가지 사이하현의 낮달을 품었다한 때는 무서운 것 없는 등 푸른하룻길도 사람들 저물고 새들도 떠났다나 여기 살아 한 해의 끝쯤아무도 없는 공원의 나무 아래서면뼈마디마다 바람 소리 아버지 말씀 같다한 해를 지켜낸 이 장엄함도이제 속으로 끌어안아촘촘히 나이테를 둘러 가는 나무들다 내어주고 안식의 지평에 드는 겨울,이 겨울 12월 나무들                                 2024

시와 사랑 2024.12.25

택배

택배                                               소순희발송인 이름자가 왈칵 눈물겹게 다가선택배의 기능이 이처럼 설레게 한다는 것은정녕 마음에 박힌 또렷한 별자리 빛남이 있기 때문이다정성스레 모두운 천지의 기운을 되돌려 받는 고향의 올곧은 가을 소식으로 도회의 불빛 아래 파르스름하게 돋는 힘줄 같은 그 고독을남몰래 치유하는 고요를 정작 아시는가                                                2023

시와 사랑 2024.12.03

사랑-그,미소

사랑- 그, 미소                                    소순희 푸른 녹이 슨 동상 앞에서고색창연한 미소를 보며몇 년을 더 견뎌야 저토록 깊은 사랑이 될까, 생각했지요나는 본시 짧은 가을볕 아래 풀꽃 같은 사람이라 사랑한다는 말조차하지 못하고 나뭇잎이 지는 걸 보았습니다서툶마저 내어줘도 받아 줄 이 계절 푸른 녹처럼 고요하게번져갈 사랑이면 나는 죽어도푸른 미소로 스민 영혼의 그림자 같은결 하나 세월 속에 그어 놓겠지요                             2024

시와 사랑 2024.11.20

십일월의 혼

십일월의 혼                                 소순희 가을 속으로 걸어 들어가자 소리가 보였다찻집 창가에 우두커니 앉아밖을 보니 길게 누운 산 색이 보였다안과 밖 어디서든 보이는 것에차분히 맘 놓이는 것은세상 소식 조금씩 걸러 듣는 까닭이다숨어 있는 것들에 대한 기우도차츰 맑아져 인제는 쉬이 흔들리지 않는 이순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내 나이와 비슷한 계절의 동고동락이 몇 해 이런가! 가을 속에서 산꿩이 운다                            2024

시와 사랑 2024.11.12

가을 안부

가을 안부                                       소순희           사랑하는 이여!          가을볕 찬란히 눈부시다          잘 있느냐고 안부를 묻지만          꿈결 같은 날은 또 저렇게          속절없이 지고          우리는 이 가을 어디서          만날 것인가          붉은 색깔로 타오르는          맨드라미처럼          정녕 이 가을 속 알 수 없구나          내 삶이 느슨해질 때          곰삭은 가을 한쪽으로          다시 팽팽해지는 필연의 계절           나, 너로 인해 붉게 피가 잘 돌아          정신 맑은 가을이다          사랑하는 이여!        ..

시와 사랑 2024.11.06

마드리드

마드리드                           소순희마드리드 늦여름열두 그루 종려나무를바람이 흔들고 있다곳곳에서바람의 흔적들이 쏟아낸 안부를중세 건축물이 그려진엽서에 적고 있는여자의 흰 손이 예쁘다멀리 온 도시에서여정의 추억을 그리는바람 같은 사람아머무름도 순간이거늘 거리마다 귀를 열며꼼지락거리는 마드리드 오후가늦게 피어난 자카란다의 보랏빛에눈부시다두고 온 돌아갈 집도집요한 그리움 같은 것도잠시 잊거니 마드리드 거리는엽서 한 장으로 충분해쓸쓸하지 않다                   2024.9

시와 사랑 2024.10.16

용담꽃

용담꽃                                          소순희 쑥순 같던 어머니 청춘기어이 지고 마는 여린 한 세월도궂은비에 젖습니다겨울 산 오르며 나무하던 어머니서러워 울고 꽃 보며 웃던올망졸망 맺혀진 그날들 지나고도둑맞은 세월에 허리가 굽었습니다손수 해놓은 나뭇가지 지팡이 삼아청보라 용담꽃 핀 산길 걸어 방죽골 아부지 산소에 다녀오셨다지요무너진 봉분에 떼가 죽었다고입속말로 전하시던 설움 남았습니다 세월도 설움도 산이 된 지금 용담꽃 필 무렵이면 어머니 더 그립습니다                                2021 용담(龍膽}꽃~산지의 풀밭에 자라며 꽃은 8~10월에핀다.키는20~60Cm, 쌍떡잎 식물. 여러해살이 풀,어린싹은 나물로 먹기도하며 뿌리를 용담이라하..

시와 사랑 2024.09.29

호카곶에서

호카곶에서                                              소순희해안선을 끼고 날던 새도여기 와선 날개를 접는다유라시아 대륙 최서단의 땅이 끝나고바다가 시작되는 곳이라고시인 하몽이스는  대서양에서 불어오는바람을 맞으며 시를 적었다그대여, 해륙의 경계선을 넘어한 발짝도 못 나가거든더는 갈 곳 없다고 하지 마시라그대의 겨드랑이에 돋아난 날개가 있다는 걸 안다면바다위를 날든 뒤돌아서 새로운 길을 걷든이젠 그대 몫이다젊은 날 한 번쯤 여기 와서묵은 마음에 쌓인먼지 같은 것 날려버리며새로운 꿈 하나 길러내시라                  2024.9.

시와 사랑 2024.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