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진달래 소순희아무도 몰래 초경 치르는진달래 꽃망울이이제 막 터지려는 순간이다저렇게 온유한 사랑 하나 있다면야무슨 수로 죄가 되랴젖살 오른 새봄꽃 피우기 위한 언 땅의 물오름도눈물 끝에 오는 사랑의 이름 아닌가 살면서 해마다 봄 되면 작심하는내 빈속 마음도 너그러워하릴없이도 충만해진다사랑이 그런 것일 거니 단정 짓는다고누구도 이유를 묻지 않는 새봄엔가만히 부풀어 오른양지 녘 진달래 꽃무덤언젠가 내가 거기 잠든 것처럼 2023 시와 사랑 2025.03.27
설중매 설중매 소순희 겨울 끝 눈 속열일곱 꽃나이에방직 공장으로 간누님의 입술 색 같은누님의 속 눈썹 같은너만 그렇게절개 지키며향을 팔지 않누나 2019 시와 사랑 2025.03.20
봄맞이 봄맞이 소순희 3월 중순이면 내 눈에서도 초록 잎새 피어난다 또 내 귀에선 새소리 깨어나 나뭇가지마다 올라앉아 지저귄다 자꾸만 말이 많아지는 그 청명한 하루 폐경기 지나는 이웃 누이들 얼굴에 따순 볕, 봄을 앞두고 붉다 어느 것도 죄가 되지 않는 죽은 땅의 끈덕진 생명이야 더할 나위 없이 이쁜 몸짓 아닌가! 대지의 품에서 맨발로 걸어 나오는 저 서툰 걸음마 한 번 껴안아 보는 오랜 해후의 설렘으로 3월 중순이면 내 눈과 귀에 먼저 봄맞이 기별이 온다 2025 시와 사랑 2025.03.14
새싹을 위한 경배 새싹을 위한 경배 소순희 텃밭에 종일 햇볕이 놀다 갔다볏짚 위 사륵사륵 눈 녹는 2월 하순 뭐, 볼 거나 있나 참 무료하다그사이 덮어놓은 볏짚 사이 얼굴 내민 연하디연한 마늘 싹, 그 쪼끄만 것이가슴 두근거리게 한다 아직 먼 산 음지마다 눈 하얀데 벌써 봄을 밀어 올리는 것에 경배하듯마음이 넉넉해지는 겨울 끝쯤쭈그리고 앉아 한동안 바라보며대단하다대단하다 중얼거렸다 2025https://youtu.be/93AR3tzze1s?si=ArhSGSU1LHW_C4s0 시와 사랑 2025.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