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바늘
도깨비바늘 소순희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다 바짓가랑이에 붙어 집까지 따라온 도깨비바늘의 검은 눈을 보았다 올곧게도 바늘을 꽂아 동행하며 어딘가로 멀리 떠나 일가를 이루고 싶은 한해살이풀로 긴 여름 견뎌오며 품어 온 새끼들 오죽하면 타인의 몸 빌려 퍼뜨리고 싶었으랴 이 악문 씨앗들 뜯어내며 눈물이나 울타리 가에 고이 묻어주었다 아버지도 청천 하늘 우러러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곳에 우리를 슬어놓고 떠나셨다 속수무책이던 세월에 도깨비바늘처럼 붙어산 어린것들의 귀에 징그러운 바람 소리 얼마였더냐 그래도 몸 부려 동행하는 오늘이 희망이라고 아무도 모르게 속 깊이 묻어주었다 2013 (월간 모던포엠 2014, 3월호 수록) 도깨비바늘 Spanish needle 국화과에 속하는 일년생초. 인도와 중국, 말레이시아 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