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432

소유

소유                          소순희재산세 고지서를 받고내 이름자 박힌 한 장 종이에눈물이 났다하늘 밑 지상에 지붕 있는 집그 소유한 재산권에 대한 징수세상에 사는 가치다나, 또 믿음으로 가는천국 장막 있으니어느 날 홀연히 거기 입주하리거기는 재산세도, 애씀도애달픔도, 눈물도 없으리니천국에 사는 가치다                          2024

시와 사랑 2024.08.13

구룡령-그, 눈

아르케(Arche)/Acrylic on Canvas/53.0x40.9/2022/소순희구룡령(1,013m)칡꽃          구룡령 - 그, 눈                                        소순희그대여*구룡령 구비에 칡꽃이 피었다길은 하늘로 올라 아스라하다여름 한 철을 덩굴에 감아올려꽃으로 피워 사는 일, 순탄치만 않은데길은 또 몇 구비더냐사람에게 차이고 데인 상처 새살 돋는 몇 해우리 갈 길 두고 맹세하노니 울지 말자저 흩날리는 바람결 그으며 나는 작은 새도머무를 곳 있지 않느냐힘겹게 오르는 구룡령도마침내 하늘 끝에 붙어있어내려다볼 일 많은데거기서 바라본 기생의 절망을 삭여내는칡꽃의 그, 눈빛처럼                                    2013곰배령 다녀..

시와 사랑 2024.08.02

대지-그, 눈

대지 -그, 눈                                         소순희아파트에 새로 나뭇잎이 피고부터까마귀 울음 잦아지고 내 잠도 헐값에 팔려나갔다충혈된 내 눈과 새벽 까마귀 울음의 간격은 보이지 않는 긴장이 고조되고저놈의 새, 저놈의 새를공중에  올려놓는다면차라리 내 잠도 허공에 떠 고요해지리몇 해 전 가버린 선배의 저승 안부마저 두근거리는 새벽녘오늘도 푸른 하늘은 길 하나 건너에 있다

시와 사랑 2024.07.27

불면

불면                                         소순희깊은 밤 하얀 알약 하나를 삼킨다육십을 넘기면서 늘어 나는 건색색의 알약이다온몸에 길을 내는 신경들이 느슨해지는적막한 시간도 이쯤에선 새롭다 우리나라 지도 전역을 클로즈업하면로드맵으로 깔린 길이 푸른 핏줄 같다그 어디쯤 막힌 길에서 돌아서야 하는등진 풍경들이,살아온 날의 뒷모습처럼 야위어 간다 가는 길 어디냐고 내가 내게 물을 때나는 또 어디에 머물러 스러지나불면의 밤을 날아오르는 끝 없는 생각들은 조급히 흩어지는 저수지의 새 떼처럼노을 속으로 추락한다                                                                 2024

시와 사랑 2024.07.11

오지를 찾아서

오지를 찾아서                                              소순희   화천 평화의 댐 지나 입소문 무성한 지도에도 없는 오지 찾아가다가 그만, 주저앉아 내 맘속에 지어 놓은 집 한 채 떠올렸어 어이없게도 어이없게도 그곳이 이상향이 되어 맴도는지 몰라 내친김에 며칠 만이라도 속세를 버린다면 널널한 마음속엔 뭐가 자랄까 가보지 못한 오지는 더 깊은 산중 처녀림에 몸 숨기고 그놈의 정인지 뭔지 끊을 수 없는 야속함만 남겨 둔 채 별 닮은 풀꽃과 눈 맞춤 하는데, 어디선가 적막한 풍경 속 뻐꾸기  니 마음 내려놓는 곳이 그곳이라고 온종일 목쉰 울음 울고 있네                                                                   ..

시와 사랑 2024.06.27

산티아고

산티아고                                                            소순희     별빛 들판을 걷는 순례자여    성 야고보의 길을 따라 그대 발길 평화로워    지는 해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구나    며칠째 비워 둔 집에 우편물이 쌓이고    온종일 햇볕만 놀다 갔는지 측백나무잎 반짝인다    발자국 쌓인 흙길은 언덕을 끌어가느라 숨 가쁘게 밀밭 사이를    가로지른다     유월의 겨드랑이를 파고드는 볕 아래 포도꽃 향기 출렁이자    힘겹던 마음의 짐도 살가워지고, 가는 길 외롭지 않겠네    걷고 걸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 야위고 힘없는 것들에 대해 나란히 어깨를 겯는 침묵의 일정은    마음 밖 일들까지 소상히 기록하네      또 하루해는..

시와 사랑 2024.05.25

소쩍새

소쩍새                            소순희아가, 소쩍새 울어 쌓는 밤이면왜이리 서글퍼 진다냐배고픈 시절 징그러운 세상 살았다느그덜 보며 그럭저럭지내온 세월이 참말로덧없이 흘러 부렀다밤내 울던 소쩍새 마냥보릿고개 넘으며남몰래 울기도 많이 했제어쩌겄냐 인제는 이 에미도소쩍새마냥 잠도 오지 않고쓰잘데기 없는 지나간 세월생각한들 뭣한다냐참말로, 잠깐만에 퍼뜩내 머리에 서리가 와 부렀다잉                                                        2011오래 전 어머니와 통화 중 딱 한 번  푸념처럼되네던 어머니 말씀~~~이젠 그 목소리 조차 들을 수 없다.

시와 사랑 2024.05.19

가시고기

가시고기                                            소순희 한동안 잊고 지냈던,잊어버리자고 애썼던 눈먼 발끝 쯤에서장다리 밭 봄날을 홀연히 등 뒤에 감춘 그 하루남은 생마저 아득해져서나풀거리는 나비 떼 속에 앉아이제야 생각나는 봄볕에 젖는 이름 하나불러 보았습니다조랑조랑 슬어 놓은 새끼들 제 갈 길 가고심중에는 몽유병 같은 뭉근한 염려만 남아제 몸 삭아가는 걸 알면서 한사코 제 몸에 삭여 넣는 그리운 자식들의 가시,찔리고 아파도 머릴 맞댄 허공에 조아리는허무한 한 생이 빈 껍질로 남았습니다.                                 2024                                                 민물고기인 가시고기 수컷은 부..

시와 사랑 2024.04.30

장호원에서

장호원에서                                     소순희쓸쓸히 등 돌렸던 가을 사람도이 길을 걸었을까요절한 그도 복사꽃 아래마음 설렌 적 있었을까장호원에선물 올리는 복숭아나무 가지마다눈 트는 소리 듣노니상춘지절 초목도 덩달아 숨소리 은밀하다 산 굽이 하나 돌면 분홍빛 몸 푸는 언덕마다 다시 분홍빛 두근거리는 무릉도원 봄날을 저렇게 아무렇게나 꽃 피워도나 어떡하라고 환장할 꽃 빛은천지간 가득 봄날을 물들인다                           2024

시와 사랑 2024.04.21

제라늄

제라늄 소순희 누이야, 너에게도 꽃바람일던 하루가 있었니? 몇 해 전 화원에서 건조한 내 마음 밭에 무슨 바람 불어 쉬이 저무는 봄 같이 흔한 화초를 사 왔다 그해 가을까지 그냥, 마음이 꽃구름처럼 풀어져 영문 모르게 가을도 지고 잠 못 드는 밤 별도 하나둘 지고 차츰, 목마른 화초가 잊혀질 무렵 바람 탱글탱글한 지독한 겨울 속에서도 너의 입술 같은 붉은 꽃 피워낸 날들이 대견하다 누이야, 세상의 모든 것들에 눈감으면 어지럽고, 마음 뜨면 외로워진다 불면의 밤은 다시 오지 말고 사계의 마디마다 꽃 피워주기를 봄 편지로 쓴다 2023

시와 사랑 2024.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