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구룡령-그, 눈

소순희 2024. 8. 2. 22:22



아르케(Arche)/Acrylic on Canvas/53.0x40.9/2022/소순희



구룡령(1,013m)


칡꽃


          구룡령 - 그, 눈 


                                       소순희


그대여*구룡령 구비에 칡꽃이 피었다
길은 하늘로 올라 아스라하다
여름 한 철을 덩굴에 감아올려
꽃으로 피워 사는 일, 순탄치만 않은데
길은 또 몇 구비더냐
사람에게 차이고 데인 상처 새살 돋는 몇 해
우리 갈 길 두고 맹세하노니 울지 말자
저 흩날리는 바람결 그으며 나는 작은 새도
머무를 곳 있지 않느냐
힘겹게 오르는 구룡령도
마침내 하늘 끝에 붙어있어
내려다볼 일 많은데
거기서 바라본 기생의 절망을 삭여내는
칡꽃의 그, 눈빛처럼 


                                   2013
곰배령 다녀오다 업그레이드하지 못한 레비가 굽이굽이 옛길 구룡령으로 인도해
차 한 대도 만나지 못하고 오일 게이지가 바닥을 친 그 길이 두려웠다.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자고 호기를 부린 마음도, 고운 칡꽃 몇 송이에 마음 빼앗겨
더위도 잊었다
염천은 분명 한 계절의 성장통임을 지극히 낮은 곳에서 보면 보인다.


* 구룡령(九龍嶺)은 강원특별자치도(江原特別自治道)의 
양양군(襄陽郡) 서면과 홍천군(洪川郡) 내면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
아흔아홉 굽이가 용이 지나간 것처럼 구불거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높이는 해발 1,013m이며 국도 제56호선(철원-양양)이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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