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소순희
깊은 밤 하얀 알약 하나를 삼킨다
육십을 넘기면서 늘어 나는 건
색색의 알약이다
온몸에 길을 내는 신경들이 느슨해지는
적막한 시간도 이쯤에선 새롭다
우리나라 지도 전역을 클로즈업하면
로드맵으로 깔린 길이 푸른 핏줄 같다
그 어디쯤 막힌 길에서 돌아서야 하는
등진 풍경들이,
살아온 날의 뒷모습처럼 야위어 간다
가는 길 어디냐고 내가 내게 물을 때
나는 또 어디에 머물러 스러지나
불면의 밤을 날아오르는 끝 없는 생각들은
조급히 흩어지는 저수지의 새 떼처럼
노을 속으로 추락한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