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드는 집/20호/소순희작/대한민국회화제 출품작>
조서(弔書)
소순희
등불을 끄고 누우니
마당에 찬 서리 밝다
감나무 그림자 쓸고 가는 흰 달빛 속
뒤꼍 대숲 바람 소리 스산하다
늦가을 밤은 이런 풍경들로 풍화하는
여린 목숨에 대한 예의로
스러져 대궁만 남은
지난 여름의 풀들에게,
알 슬어 놓고 죽은 곤충들에게,
찬 기운에 밀려난 계절의 죽음 위에
그대들 잘 가라고
달빛 아래서 조서를 쓴다
<볕드는 집/20호/소순희작/대한민국회화제 출품작>
조서(弔書)
소순희
등불을 끄고 누우니
마당에 찬 서리 밝다
감나무 그림자 쓸고 가는 흰 달빛 속
뒤꼍 대숲 바람 소리 스산하다
늦가을 밤은 이런 풍경들로 풍화하는
여린 목숨에 대한 예의로
스러져 대궁만 남은
지난 여름의 풀들에게,
알 슬어 놓고 죽은 곤충들에게,
찬 기운에 밀려난 계절의 죽음 위에
그대들 잘 가라고
달빛 아래서 조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