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서설/2010/유화/소순희작>
눈
소순희
남녘에 눈이 내린다는 날은
고향 아짐들, 눈 속에 묻혀
신김치 찢어 전이나 부쳐 먹을까?
민화투나 치며 깔깔거릴까?
까마득히 하늘을 덮는 눈송이는
그칠 줄 모르고
장지문으로 스며드는
쌓이고 쌓인 눈빛이
잠들지 못한 얼굴처럼 창백하겠다
일기예보는 연일 눈이 온다는데
외풍 드는 황토벽 그 방에 나도 갇혀
청솔가지 군불 때는 구들장에
등 지지며 한 사흘
지친 몸 뉘어 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