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소에서
소순희
악산 능선 같은 회전 톱날에서
그가 켠 나무 향이 났다
보지 않고도 무슨 나무인지 알 수 있는 건
등고선처럼 그어진 속살에서
고유의 화인으로 내보내는 향 때문이다
무엇이 되어 만날지 모르는 나무는
절명의 순간을 그 산, 그 흙, 닮은 근원으로
회귀하는 맞물린 결집이다
쌓인 톱밥만큼 눕는 묵묵한 입 닫음도
가장 아리게 해체된 마음자리다
어머님을 보내고 돌아오던 길엔 언제나
제재소 옆길로 돌아왔다
등 뒤에 숨긴 문란한 생각이 행여 나를 칠까
도시 외곽 제재소 톱 소리로 잘라내며 걷노니
나무 향이 와락 나를 끌어안았다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