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겨울, 그 위대한

소순희 2023. 12. 27. 20:05

   

      겨울, 그 위대한

 

                                       소순희

 

쇠락한 앞산의 조망에서

눈을 거둔 지 오래다

무심코 바라본 앞산은

낮아질 대로 낮아진 채도의

나무들이 서로 얼굴을 부비고 있다
지난가을보다 푸른 하늘은 

산 위에 요염한 낮달을 품고

날 것 하나 올리지 않았다

 

겨울은 이미 잉태의 축복이 서린

바이올렛 그레이 나무들

만삭의 여인처럼 서 있다

저런 고상한 것들은, 

저런 생명들은,

내가 감춘 마음의 밑바닥에서

솟구치는 위대한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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