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비봉산)에서 본 관악.12,25>
산은 늘
소순희
저녁 안개로 지워진
산이 드러나자, 눈이 내렸다
검게 웅크린 산은
평소보다 두어 발 뒤로 물러앉아
저녁 눈을 다 받았다
나도 머리에 눈을 이고 한참을
산 아래 서서 고요를 밀어내자
한 겹 어둠이 출렁였다
저 무주공산에 내려앉는 저녁 눈
흰 뼛속 깊이 나무를 길러낸,
삭신 쑤시는 골짜기마다
작은 짐승들 길러낸, 고립의 날을
한 번도 울지 않았다
먼발치에 점등된 온기를
가슴으로 받는 겨울 저녁
사랑은 늘 거기 있다고
허접한 모든 것을 덮으며 눈은
발자국마져 다 지우고 있었다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