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여!
소순희
오랜 침묵은
꼭 그만큼의 거리를 두었던가
열어 보일 수 없는 사랑을 숨긴
한숨의 길이로
머뭇거리는 시여!
이른바 그 안에 나, 쉴 곳 있으려니
삼수갑산을 헤맨대도
너의 가슴에 닿지 못하노니
이 엄청난 그리움을
어떻게 달래냔 말이다
내 골똘한 상념 따윈 이제
푸념이 되고 말, 헛 것이로되
늦은 밤 동굴에 웅크린
병난 짐승처럼 신음 한다해도
나를 자유케 하지 못하니 시여
어디로 가야 하나
뭇 연인들의 뜨거운 가슴에
사랑으로 타오를 몇 줄만이라도
혼을 대해 쓰게 해다오 시여!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