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 4

그녀의 일

그녀의 일 소순희 꽃을 보려면 한 번쯤 몸살을 앓아야 한다는 궤변을 나는 봄맞이라고 생각했다 겨우내 적조한 그녀와 나 사이 노심초사 칼바람 속 웅크린 저 무량한 속내를 봄이 온다고 열 수 있으랴 꽃이 핀다고 어찌 쉬이 피어나겠는가 속으로 감춰온 눈물과 소진한 진액의 결정으로 견뎌온 삼동의 끝에서 눈 뜨는 기적의 반란, 그리하여 꽃은 빛깔과 향기로 개화한다 2024

시와 사랑 2024.03.21

빚쟁이

빚쟁이 소순희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 아무 빚도 지지 말라 하신 주님 말씀 명심하며 참, 잘 견뎌 왔습니다 아름아름 건너온 징검다리 같은 생의 후반 그사이 빚을 많이 졌습니다 오래 묵은 사랑의 흔적이 남긴 마음 자락도 골이 깊어 자꾸만 빚만 늘어갑니다 실핏줄까지 전해오는 이 무량한 사랑이 천둥벌거숭이 나를 키워온 그 사랑 빚 언제 갚을지 몰라 새기고 새겨 부실한 내 영육 간에 낙인을 찍고도 도도히 흐르는 세월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는 사랑의 빚진 자입니다 2023

시와 사랑 2024.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