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황을 기다리며
소순희
벽오동 그늘에서 수년을 기다려도 봉황은 오지 않았다. 대나무 열매만 먹고 벽오동 나무에만 깃든다는 그의 깃은 얼마나 눈부실까? 봉황이 오면 태평성대의 세상이 도래한다는데 세상을 보면 봉황은 오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기다림이란 것은 헛된 생의 요약 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하늘을 보면 푸르름만 날로 깊어갔다. 아무도 몰래 통증 같은 것 하나가 밤마다 찾아왔다. 대나무에는 좀처럼 꽃이 피지 않고 낡은 괘종시계는 열 번의 종을 울렸다. 어느새 여기까지 와 있는 허다한 날들은 풀린 태엽처럼 느슨하게 널브러져 있다. 음력 시월에도 철 잃은 장미는 가지 끝에서 피어났다. 누구도 보아주지 않는 것 같아 조금은 슬퍼졌다. 봉황은 도대체 어디에 있기나 한가! 흰 뼈를 감고 오르는 기다림이 통증이었다는 걸 아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봉황은 이미 와 있었고 나는 그를 발견하지 못함을 한탄해야 한다. 비로소 면벽에 대나무 꽃 피어 있는 허송세월을 고집한 게 몇 해 이던가. 왔던 길 돌아갈 수 없는 변명의 길 위에 서서 돌아보노니 나는 그간 잠도 축나고 나이만 먹고 말았다. 그래도 쓸만한 시간을 찾아 주머니에 고이 넣어 두었다.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