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숭아/2022/유화/소순희>

< 영월창령사지오백나한/국립춘천박물관>
돌사람
소순희
내 일곱 살 여름
몇 날 며칠을
밤나무 아래 화강암을 쪼아대던
석수장이 영감이 있었다
돌 속에 잠든 사람을 깨우려는
두드림이 얼마나 진지했으면
한마디 말도 없이
진종일 돌 쪼는 정 소리만
햇볕 받은 잎처럼 숲에 박혔다
한 닷새 지나자 뭉툭한 코를 가진
진실하고 정 많은 이웃 아재 같은
돌사람이 나왔다
차갑고 어두운 그 단단한 돌 속에서
몇천 년을 잠들어 있었을까?
그를 깨우려는 의식은
며칠 돌 문을 두드리는 것
그리고 물소리, 산새 소리를 들려주는 것
비로소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띠며 깨어난 사람은
어느새 초록 물이 들어 있었다
그해 여름 지나자 과묵한 영감님도
세상에 나온 돌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일곱 살 여름도 홀연히 사라지고
정 소리만 간간히 들려올 뿐이다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