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리꽃
9월의 편지
소순희
둑방길은 여전히 풀씨 맺는
구월을 숨겨두었습니다
오래된 방죽도 여전히
고만고만한 생명들을 길러내는 자궁처럼
가장 편안하게 누워있구요
나는 가을 저녁나절 방죽 가에 앉아
당신께 보낼 말라가는 풀 향기를 찍어
편지를 적습니다
고인 물에도 저토록 맑은 하늘 한쪽과
물 위를 걷는 소금쟁이의 길을 열어 둔
그 넉넉함에
지워진 길 위로 고마리꽃
분홍 입술 바르고 서서 물결에 흔들립니다
나는 그 일들이
참, 고와 더없이 고와
가만히 숨죽여 바라봅니다
9월엔 나도 한 마리 벌레 되어 가을 속으로
남몰래 산그림자처럼 젖어 듭니다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