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도발적이었다.
도토리나무 수액을 먹고 살겠다고 몰려든 풍뎅이를 잡아
무참히도 목을180도로 비틀고 여섯개 다리는 한 마디 씩
날지 못 하도록 뚝뚝 잘라냈다.
그것들을 흙마당에 뒤집어 놓고 "손님왔다 마당쓸어라" 하며 땅을 치면
풍뎅이는 등껍질 속 날개를 펴 빙빙돌곤했다.
그것이 최악의 고통이라는 걸 몰랐다.
자신을 보호해 줄 지독한 냄새도 독침도 지니지 못 한 생명을
놀이삼아 힘으로 제압하고 괴롭힌 견고한 잔인함에 아무런 의식 없던 유년시절은
조금도 감지되지 않는 죄성이 분명히 심중에 도사리고 있었던 까닭이리라.
어둡고 추운 도회지의 거리를 거닐 때마다 내게 따스함으로 가슴을 데워주는 한 부분은
그 유년에 연약한 생명의 댓가 지불로 형성 된 일종의 누림 아닐까.
그것들이 풍부하게 내 경험적 소산으로 남아 생명의 경외와
살아있는 것에 대한 작은 깨달음으로 다가 오는 건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 혼들의 용서로 흙 살 깊은 감나무 그늘 마당의 추억 속, 코흘리개 내 동무들이
감성이 자라 이젠 살아 움직이는 것에대해
애정어린 눈길로 바라보아 주며 생명을 가벼이 여기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소순희2003.
저 노오란 꽃 이름은 루드베키아 우리말 이름은 천인국이라하네요 .
<정원/소순희작/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