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2
어쩌다 어눌한 말 한마디에
속아 준 심정을 누가 알기나 하랴
그 청정한 심해 버리고
아침상에 몸 맡긴 굴비여!
황금빛 니 몸 헐어
아직 부실한 내 몸 어딘가에
푸른 바다와
간결한 해조음 곁들여
육신 짓노니
잠 못 드는 밤마다
염장 된 아가미의 역사를
숨죽여 쓰겠노라
북서풍에 단단해진 육질의
빗살 고운 살결은
한 때 누릴 도락이었고
파도소리 들리는 바다의 일우였다
남동해 길
떼 지어 날던 기억도
여기선 무념의 시간이리
식탁 위 진화된 지느러미로
두고 온 거처를
꿈결에나 운 좋게 찾아갈거나
너, 굴비여!
소순희
<굴비/6호/소순희작/Oil on Canvas/이선자님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