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 일기 2
낭만파를 배우며
묘지의 고아를 생각했다
슬픔 딛고 일어서는 이 저녁
불을 켜야 하는
한뜻으로 산다면
조금도 부럽지 않아
고갈되는
이 땅의 웃음소리 모아
쓰러진 친구
일으켜 세우고 싸매주며
무딘 감성을 닦으면
우리들의 숨은 뉘우침은
원시림에서 일어나
불어오는 바람이 된다
밤마다 흐려지는 백묵 글씨를
실 눈뜨고 바라다보면
물 같이 흐르는 시간
오직 한 사람
어머니를 불러보았다
험한 세상에 던져 놓은
여린 풀잎 위해
애타게 기도하는 모습
오랜 기침병이 깊다
달빛 속을 걸어 귀가하는 밤
알퐁스도데의 별이
우리 마음에 떠와 외롭지 않아
수척한 손 마주 잡고 가면
사랑은
이 땅의 따뜻한 온기로
전해오기에
우리가 굳게 지켜야 할
희망을 잃지 않았다.
88.소순희.
85년 봄부터 94봄까지 만 9년, 주.야간 실업고의 미술 강사를 하며 나는 순수하고
배움에 열정어린 어린 눈빛들을 보아왔다.
지금 내 삶 앞에 별처럼 빛나던 눈들이 또렷이 박혀와 늘 마음에 어둠을 밝혀주는 힘이 된다.
다들 지금쯤 갈길로 가고 사회의 일원으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으리라 믿는바이다.
<도원/ 6호/1995/ 소순희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