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는 길/4호/소순희작/청류재소장>
다음에
다음에라고 말하는
오늘 우리 언약은
지상에 쌓인 낙엽처럼
죽은 시간을 끌어안는
슬픈 언어일지도 몰라
모든 것이 물러서는
후일의 연속으로
내 의식하나 퇴적된 하룻날은
또 허무로 저물지
한 끼의 밥도
기별 없이 지는 사계도
추상의 약속
다음에
다음에라고 말하며
내 청춘 다 가지.
-소순희-
병중에 계신 어머니 모시고 여행 한번 가려고 맘먹은 지가 한 해 두 해 가고
올여름 시간을 내보지만 덥다는 이유로 여름 지나고 가을 그리고 날 정해 두고
또 다음에 미루다 비 오고 일 생겨 못 가고 겨울 온다. 다음에 라고 빈 약속은
밥 한 끼 같이 하지 못하고 단풍도 다 진다. 시간은 짧아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