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꽃 보며
소순희
꽃이 시들고도
꽃진 자리에 밴 향기는
오래도록 머물러 주었다
사람들 눈길 거둔 꽃자리에
곱게 싸 안은 꽃의 자궁 속
검은 눈빛 씨앗들
꽃이 지지 않고 어찌
열매 맺히랴
어머니, 늙고 초라해질 때
자식들 뼈 굵어지고 머리 커지니
내리사랑이라고 쉬이 말하지 마라
지켜낸 한 세상 이제야 저물어
늦가을 빈들에 사위는
하룻빛 어스름처럼
약해진 어머니 육신
어느 누가 세상의 꽃이라
말하지 못하랴
계절의 꽃 진 다음에 채워지는
찬란한 아픔이여!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