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가 있는
소순희
아가, 세상 어디에도
내 맘대로 된 일은 없느니라
어디에 뿌리 내리든 굳게 살아가거라
거대한 직벽 산
볕 한 줄기 들지 않는 아파트 사이
키 큰 나무들 머리 들어 가리운
틈새에서
하늘 한 조각 허다한 죄처럼 이고 선
허리 휜 내 어머니 같은 살구나무여!
살아보겠다고 안간힘 쓴 등걸에
봄바람 스쳐 지나자 눈물 같은 꽃 몇 개
시절 알아 피워냈구나
다만, 봄이라고 모두 희희낙락거릴 때
봄밤 뒤척이며 돌아눕는
허술한 쪽잠에도 꿈은 돋아나
서러워할 이유 없이 봄이 깊다
절망도 이쯤에선 아름다운 법
다시, 봄은 어머님 말씀
아가, 어디 있든 배곯지 말고 살아라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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