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는 집/1983/유화50호(116.8 X 91.0)>
유산
소순희
아부지의 유산을 정리하고
손 털고 돌아서는 늦은 밤
서리 밟는 달빛
온누리에 희다
쭉정이 같던 아부지의 한 생도
기막힐 노릇인데
달밤마저 기차게 아득하구나
맘 풀려 느슨한 중년의 세월
서릿발 선 고향의 달밤은
정신 바짝 들게 볼을 부벼 왔다
이처럼 살아 있다는 것은
진정 아름다운가!
유년의 달빛 마당
오줌발로 서리 위에 그리던
김 나던 추상화 한 점이
내게 남은 부요인 걸
누가 알기나 했으랴.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