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도봉에서
가을볕에
도봉의 이마가 희다
어쩌자고 산록은 다시 붉어
눈시울 적셔오느냐
말 없음의 이유로
단박에 그리워지는 사람아
나 도봉에서
서룬 가을을 맞노니
이 계절도 저물면
긴 동면의 고른 숨소리조차
설원에 잠기리
도처에서 산 메아리로 불러보는
예쁜 이름 지닌 사람아
속절없이 지는 사랑이
저 가을 같을까.
소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