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법
고향 집 오동나무는
달빛 깔린 마당에 적막했다
바람 일면
달그락달그락 가지 부딛는 맑은소리
나이 들수록 공명으로 울리는
세상의 신음을 삭여내는 흰뼈
공중에 수시로 타악의 득음을 채보하려
잎눈 트는 엇갈린 가지 사이로
달만 시리게 빛났다
나, 살면서 누군가에게
맑은소리로 기쁨 안겼더냐
버릴 것 많은 평생의 짐 지고
잠 못 이루는 한밤
그 나무소리만도 못한 가벼움으로
뒤척이거늘
무엇 그리 소중했던가!
다시 오동꽃 피면
연보라 향 섞이는 봄밤 쓰러 안고
내 나이 비슷한 지상의 그늘 만드는 그와
비밀 이야기로 달빛 아래 서 보리라
소순희
<창포동인제3집수록>
<아침볕/10호/2007/송치숙님소장>
<소녀/3호/1991/소순희작>